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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불 꺼진 하얀 네 손바닥 - 장석남

by tirol 2006. 1. 3.
불 꺼진 하얀 네 손바닥

장석남


내가 온통 흐느끼는 나뭇가지 끝에서
다가갈 곳 다한 바람처럼 정처 없어할 때
너는 내게 몇 구절의 햇빛으로 읽혀진다
가슴 두드리는 그리움들도
묵은 기억들이 살아와 울자고 청하는 눈물도
눈에 어려
몇 구절 햇빛으로 읽혀진다
불 꺼진 하얀 네 손바닥
햇빛 속에서 자꾸 나를 부르는 손짓

우리가 만나 햇빛 위를 떠오르는 어지러움이 된다면
우리가 서로 꼭 껴안고서 물방울이 된다면
정처 없는 발자국 위에도
꽃이 피어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리


* tirol's thought

연말에는 매섭게도 춥고 눈 내리더니
새해가 되니 창 밖 환하고 따뜻하다.

어제 저녁엔 오랫만에 조카 지은이와 통화를 했다.

"지은이, 이제 몇살이야?"
"일곱살"
"삼촌은 이제 서른 일곱살 됐어"
"그럼 삼촌은 작년에 서른 여섯살이었어?"
"어..."

서른살 차이.
우리 지은이가 스무살이 되면 나는 쉰.
하-

얼렁 봄이나 왔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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