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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물귀신 - 전윤호

by tirol 2006. 1. 11.
물귀신

전윤호


내가 먼저 빠졌다
만만하게 봤는데
목숨보다 깊었다
어차피 수영금지구역이었다
어설프게 손 내밀다
그도 빠진 건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서로 나가기 위해서
발목을 잡아당겼다
나는 안다
숨이 막히고
심장이 부서지는 고통을
우리는 익사할 것이다
바닥에 즐비한
다른 연인들처럼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내가 먼저 빠졌다


/전윤호 시집, 연애소설, 다시, 2005/


* tirol's thought

인터넷에서 우연히 읽은 전윤호 시인의 시들이 재미있어서 최근에 나온 시집을 사서 읽었다. 아주 재미있고 잘 읽힌다. 시집 뒤에 붙은 해설에도 나오듯이 그의 시는 내가 좋아하는 시인 중의 한 사람인 김광규 시인의 시와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정직하지만 무겁지 않고, 무겁지 않지만 경박하지도 않다. 지루한 일상 속에서 경쾌한 통찰을 끌어낸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그의 시는, '허공을 날아온 화살촉에 묻어있는 슬픔처럼 읽는 사람의 폐부를 찌르며 스며든다(시집 뒷 표지에 적힌 시인 박정대의 글 중에서)'
어제 시집을 읽다가 아내에게 '낭독'해 준 시들 중에서 하나를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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