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오규원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오규원, 한 잎의 여자 , 문학과 지성사, 1998>
* tirol's thought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어디 새벽에만 들겠는가?
허둥지둥 밥을 먹다가,
끝날 것 같지 않은 논쟁을 벌이다가,
명하니 창 밖을 보며 퇴근하다가,
불쑥불쑥 편두통처럼 찾아오는 질문.
'잘못 살고 있는 것 아닐까?'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것도 방법'이라는 밤의 말보단
'흔들리지 않는 나침반은 고장난 나침반'이라는 어느 책의 한 구절이
그래도 아직은 위로가 된다.
그런데
이 나이에,
이렇게 시나 읽으며,
이런 코멘트를 블로그에 올리기 있는 나는,
'잘 살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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