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교를 건너며
김정환
육교를 건너며
나는 이렇게 사는 세상의
끝이 있음을 믿는다
내 발바닥 밑에서 육교는 후들거리고
육교를 건너며 오늘도 이렇게 못다한 마음으로
나의 이 살아있음이 언젠가는 끝이 있으리라는 것을
나는 믿고
또 사랑하는 것이다
육교는 지금도 내 발바닥 밑에서 몸을 떤다
견딘다는 것은 오로지 마음 떨리는 일
끝이 있음으로 해서
완성됨이 있음으로 해서
오늘, 세상의 이 고통은 모두 아름답다
지는 해처럼
후들거리는 육교를 건너며
나는 오늘도 어제처럼 의심하며 살 것이며
내일도 후회 없이
맡겨진 삶의 소름 떠는 잔칫밤을 치를 것이다
아아 흔들리는 육교를 건너며
나는 오늘도, 이렇게 저질러진 세상의
끝이 있음을 나는 믿는다
나의 지치고 보잘것없는 이 발걸음들이
끝남으로, 완성될 때까지
나는 언제나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tirol's thought
나도 시인처럼 육교를 건널 때
' 내 발바닥 밑에서 몸을 떠는' 육교를 느낀다.
고소공포증 때문에 난간 쪽 가까이로 걷지 못하고
가능한 가운데 쪽을 택해 '후둘거리는 육교'를 건넌다,
그 불안함과 울렁거림이
이 세상의 사는 일과 닮아있음을
시를 읽으면서 깨닫는다.
시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아갈' 다짐으로 시를 마친다.
앞에서 선서를 선창하는 사람을 따라하듯
나도 같은 말을 따라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하는데
말은 쉽사리 입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입 안에서 떠돈다.
다른 사람들이 건너는 육교도 지금 내가 건너는 이 육교처럼
심하게 흔들릴까까?
이 육교만 유난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다짐만으로
이 육교를 무사히 건너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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