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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 정현종

by tirol 2006. 8. 20.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정현종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가볍게 떠올라야지
곧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옳지 최선의 꼴
지금의 네 모습처럼
떨어져도 뛰어오르는 꼴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 tirol's thought

일주일 간의 휴가를 마치고 내일 출근할 생각을 하니
지난 일주일이 참 길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턱없이 짧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휴가 동안은 내내 집에 머물렀다.
원래부터 어디를 갈 생각은 없었다.
가만히 쉬고 싶었다.
'재충전'을 위한 쉼도 아니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쉬고 싶었다.
'대전역에서 잠시 내려 허겁지겁 밀어넣는 가락국수 한 접시' 같은 휴가이지만 마음 편히.

그래서 결국 지난 휴가 동안 한 일은,
- 내가 좋아하는 L형 내외를 집에 초대해서 함께 저녁 먹기
- 대학 동창인 Y와 후배 K에게 집 근처에 괜찮은 막걸리 집이 생겼다고 꼬드겨내서는
막걸리 한잔 걸치고 집에 와서 기타치고 노래부르며 놀기
- 아내 회사 앞에 가서 같이 점심 먹기
- 미술관 순례(리움의 '마크 로스코 전', 덕수궁 국립미술관의 '롭스&뭉크전')
- 절두산 천주교 순교 박물관 방문
- '노마디즘' 독서 토론회 참석
- 교보문고 가서 책 구경하고 팥빙수 먹기
- 늦게 일어나 혼자 뒹굴거리며 책읽고 음악듣고 비디오 보고 낮잠 자기.
- 일주일 동안 수염 안깍기
- 스케일링
- 머리깍기
- 저녁 해먹고 아내와 산책하기, 그리고 돌아와서 TV보면서 맥주 마시기.
(별로 한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적어놓고 보니 제법 많은 일을 한 것 같아서 다소 민망하긴 하지만 '뿌듯함'마저 느껴지려고 한다.^^)

이렇게 보낸 2006년의 여름휴가에 대해서 특별한 후회는 없지만
그래도 마지막 날이 되고 보니
어딘가로 떠나는 것도 괜찮았겠다는 약간의 아쉬움이 들기는 한다.
(혼자 집에서 뒹굴거리다보니 아무래도 이것저것 집안 일을 하지 않을 수 없고 - 그릇 수가 많고 적고를 떠나 때마다 밥먹고 설겆이 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게다가 도대체 방바닥의 머리카락은 어디서 그렇게 솟아(?) 나는 걸까? - 너무 익숙한 환경에서는 시간 또한 너무 익숙하게 스르르 지나가는 것 같다.)
내년 휴가엔 어딘가 좀 낯선 곳으로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낯선 곳을 헤매고 다니는 것은 말고, 낯선 곳에 가서 일단 자리를 잡은 후 뒹굴거리며 놀기^^)

그러나 저러나 이렇게 휴가는 끝나고
내일부터는 다시 '전장'으로!
새로이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정현종의 시를 읽으며 출근 준비 중.

그래 살아봐야지,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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