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이 나를 불러
장석남
바람에 흔들리러 집 나온
들꽃들을 보겠네
봄 들판이 나를 불러 그것들을 보여주네 갑자기 저,
노을을 헤쳐가는 새들
의 숨소리가 가까이 들리네 숨가쁨이 삶이 아니라면
온 들판 저 노을이 새들을 끌고 내려와 덮인들
아름답겠나
봄은
참았던 말들 다 데려다 어디서 어디까지 웅얼대는 걸까
울컥
떠오르는 꽃 한 송이가 온
세상 흔드는 것 보겠네
오래 서 있으면 뿌리가 아프고
어둠은 어느새 내 뿌리 근처에 내려와 속닥거리고
내 발소리 어둠에 뒹굴다 별이
되면 거기
내 뿌리가 하얗게 글썽임에 젖고 있네
살아 있는 것이 글썽임이 아니라면 온
하늘 별로 채워진들
아름답겠나 그렇게 봄
들판은 나를 불러 봄 들판이게 하고
* source: 장석남,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문학과지성사, 1995.
* tirol's thought
웅얼대듯 봄이 오고 있다.
추운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시작인 것도 같고 끝인 것도 같고
죽은 것 같기도 하고 산 것 같기도 하고
잡힐 것 같기도 하고 잡히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온 세상 흔들며 떠오르는 꽃 한송이
숨가쁘게 글썽이며 살아있는 것들
들판이 나를 부른다
봄 들판이 나를 부른다
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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