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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들판이 나를 불러 - 장석남

by tirol 2018. 3. 12.

들판이 나를 불러


장석남



바람에 흔들리러 집 나온

들꽃들을 보겠네

봄 들판이 나를 불러 그것들을 보여주네 갑자기 저,

노을을 헤쳐가는 새들

의 숨소리가 가까이 들리네 숨가쁨이 삶이 아니라면

온 들판 저 노을이 새들을 끌고 내려와 덮인들

아름답겠나


봄은

참았던 말들 다 데려다 어디서 어디까지 웅얼대는 걸까

울컥

떠오르는 꽃 한 송이가 온 

세상 흔드는 것 보겠네


오래 서 있으면 뿌리가 아프고

어둠은 어느새 내 뿌리 근처에 내려와 속닥거리고

내 발소리 어둠에 뒹굴다 별이

되면 거기

내 뿌리가 하얗게 글썽임에 젖고 있네

살아 있는 것이 글썽임이 아니라면 온

하늘 별로 채워진들

아름답겠나 그렇게 봄

들판은 나를 불러 봄 들판이게 하고



* source: 장석남,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문학과지성사, 1995.



* tirol's thought


웅얼대듯 봄이 오고 있다.


추운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시작인 것도 같고 끝인 것도 같고

죽은 것 같기도 하고 산 것 같기도 하고

잡힐 것 같기도 하고 잡히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온 세상 흔들며 떠오르는 꽃 한송이

숨가쁘게 글썽이며 살아있는 것들


들판이 나를 부른다

봄 들판이 나를 부른다

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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