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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다시 한번 - 손월언

by tirol 2019. 3. 7.

다시 한번

 

손월언


기다림을 위하여 말을 멈추고 사물들을 바라보라
말은 공기 속을 송곳처럼 파고 달려드는 고속 열차와 같이
사물의 정체와 관계에 상처를 입힌 뒤 목적지에 도착한다
착각과 왜곡이라는 두 바퀴에 얹혀 달리는 오래된 현재
기다림은 또다시 말을 위해 있고 우리는 기다림을 위해 있다


<손월언, 마르세유에서 기다린다, 문학동네, 2013>

tirol's thought

 

우리는 기다림을 위해 있고 

기다림은 말을 위해 있다면

말은 무엇을 위해 있는걸까

 

'말은...사물의 정체와 관계에 상처를 입힌 뒤 목적지에 도착한다'

라는 구절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우리의 말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해 위에서 오고가는

편도 열차 같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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