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손월언
기다림을 위하여 말을 멈추고 사물들을 바라보라
말은 공기 속을 송곳처럼 파고 달려드는 고속 열차와 같이
사물의 정체와 관계에 상처를 입힌 뒤 목적지에 도착한다
착각과 왜곡이라는 두 바퀴에 얹혀 달리는 오래된 현재
기다림은 또다시 말을 위해 있고 우리는 기다림을 위해 있다
<손월언, 마르세유에서 기다린다, 문학동네, 2013>
tirol's thought
우리는 기다림을 위해 있고
기다림은 말을 위해 있다면
말은 무엇을 위해 있는걸까
'말은...사물의 정체와 관계에 상처를 입힌 뒤 목적지에 도착한다'
라는 구절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우리의 말은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해 위에서 오고가는
편도 열차 같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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