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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by tirol 2006. 9. 26.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정호승,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열림원, 1998년 06월/


* tirol's thought

그늘이 있고 눈물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더 이상 쉽지 않다.
이제 사람들은 그늘과 눈물을 부끄러워하니까.
다들 빛과 기쁨만을 바라보고 사니까.
빛과 기쁨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얻기위해 앞뒤 안 가리고 달리니까.
그늘이 있고 눈물이 있는 사람만이
빛과 기쁨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이다.
자기만의 빛과 기쁨을 위해
다른 사람을 그늘지게 만들고 눈물 흘리게 만드는 일이
얼마나 모진일인지,
여기에 빛이 있으면 저기에 그늘이 있고
이곳에 웃는 사람이 있으면
어딘가에 울고 있는 사람이 있음을 아는 사람만이
사람다운 사람이다.
나도 그런 사람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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