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보는
이승희
처마 밑에 버려진 캔 맥주
깡통, 비 오는 날이면
밤새 목탁 소리로
울었다. 비워지고 버려져서 그렇게
맑게 울고 있다니.
버려진 감자 한 알
감나무 아래서 반쯤
썩어 곰팡이 피우다가
흙의 내부에 쓸쓸한 마음 전하더니
어느날, 그 자리에서 흰 꽃을 피웠다.
그렇게 버려진 것들의
쓸쓸함이
한 세상을 끌어가고 있다.
<이승희,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창비, 2006>
* tirol's thought
클라이맥스로만 이루어진 노래는 노래가 아니듯
일년 내내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다면'
사람들은 그런 얘길 하지도 않겠지.
버려진 것, 눈에 띄지 않는 것, 잊혀진 것들의
쓸쓸함이 끌어가는 한 세상.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던
어느 시인의 말이 생각난다.
울고 있는 그들의 눈물은
그들만의 것일까
이 세상의 것일까
나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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