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좋다
문태준
나의 안구에는 볍씨 자국이 여럿 있다
예닐곱살 때에 상처가 생겼다
어머니는 중년이 된 나를 아직도 딱하게 건너다보지만
나는 내가 좋다
볍씨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는 나의 눈이 좋다
물을 실어 만든 촉촉한 못자리처럼
눈물이 괼 줄을 아는 나의 눈이 좋다
슬픔을 싹 틔울 줄 아는 내가 좋다
<문태준,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창비, 2015>
tirol's thouht
어떻게 살아야
언제쯤
'나는 내가 좋다'라고
고백을 할 수 있을까
시인의 안구에 있는 볍씨 자국 같은
내 안의 상처들
하나 둘 셋 헤아리다가
그만 두었다
아직 멀구나
'나는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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