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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by tirol 2005. 1. 14.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 tirol's thought

이 세상의 눈물의 양엔 변함이 없지. 어디선가 누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면 한쪽에선 눈물을 거두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요. (The tears of the world are a constant quantity. For each one who begins to weep, somewhere else another stops.) - in Waiting for Godot by Bekette

이 세상의 눈물의 총량은 같다는 베케트의 말을 떠올려 본다.
큰 잔칫집 같은 세상의 어느 곳에선가 울고 있는 사람들.
내가 흘려야할 눈물을 대신 흘리고 있는 그 사람들.
나도 그들과 함께 따뜻한 국수를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