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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나의 저녁 - 허수경

by tirol 2004. 10. 5.
나의 저녁

허수경

스며든다, 당신, 이 저녁 창에 앉아 길을 보는 나에게, 먼 햇살, 가까운 햇살, 당신의 온 생애를 다하여, 지금, 나에게 스며든다, 그리움과의 거친 전쟁을 멈추고 스며드는 당신에게 나 또한, 스며든다. 스며드는가, 다 저녁 때, 나의 생애가 당신에게 스며드는가, 어느 절명의 그리움, 그리움 속에 나, 순하게 깃들어, 어느 스러지는 저녁에 태어나는 아가들, 그 착한 울음 가득하다, 내 저녁.

* tirol's thought

어느 저녁 낡은 버스 유리창에 어깰 기대고
물끄러미 해지는 창밖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저녁은 사람들이 순해지는 시간, 스며들기에 좋은 시간이다.
울음 착한 아가들 태어나는 스러지는 저녁,
나는 어디에 깃들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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