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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가변차선의 날들 - 강연호

by tirol 2005. 9. 9.
가변차선의 날들

강연호


아이들이 초인종을 누르고 달아난다
문을 열면 아무도 없다
가서는 오지 않는 날들
죄다 불러들여 같이 놀고 싶다
가는 길과 오는 길을 신호 하나로 바꾸는
가변차선의 날들은 없는 걸까
가령 세월이 회전문이라면
밀리고 밀려봐야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일 수는 없는 걸까
엉킨 마음만 벌집 주위를 잉잉거려
문을 꽝 닫는다 가동 808호
뒤통수로 문패가 싱겁게 떨어진다
이제 나는 주소불명이며 신원미상이다
신문도 사절이다 입술 앙다물지만
아이들이 다시 초인종을 누르고 달아난다
가지 마


* tirol's thought

어린 시절, 내 눈에 비친 어른들은 매일 같이 학교를 안다녀도 되고 자기 하고 싶은 것도 맘대로 하는 행복한 사람들이었는데, 어른이 되고 보니 생각과 많이 다르다. 곳곳이 지뢰밭이요 처처에 올가미들이다.
그렇다고 '가는 길과 오는 길을 신호 하나로 바꾸는' 게 가능하지도 않고.
'가서는 오지 않는 날들', 돌이킬 수 없으니 더욱 아쉽고 그리운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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