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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누가 울고 간다 - 문태준

by tirol 2005. 9. 26.
누가 울고 간다

문태준


밤새 잘그랑거리다
눈이 그쳤다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츰하다

넝쿨에
작은 새
가슴이 붉은 새
와서 운다
와서 울고 간다

이름도 못불러 본 사이
울고
갈 것은 무엇인가

울음은
빛처럼
문풍지로 들어온
겨울빛처럼
여리고 여려

누가
내 귀에서
그 소릴 꺼내 펴나

저렇게
울고
떠난 사람이 있었다

가슴속으로
붉게
번지고 스며
이제는
누구도 끄집어 낼 수 없는


* tirol's thought

나와 동갑내기인 문태준 시인이 올해 미당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한다. 시인은 나를 기억조차 못하겠지만, 내딴에는 대학 시절 학교 문학강좌에서 한두번 마주쳤던 인연을 떠올리며 아주 잘 아는 사람의 수상 소식을 들은 것 처럼 기쁘고, 그런 시인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슬쩍 혼자 어깨를 으썩거려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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