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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바람의 말 - 마종기

by tirol 2005. 9. 9.
바람의 말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마종기 시집,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문학과지성사, 1980/

* tirol's thought

출근길에 보니 교보생명 글판이 바뀌었다.
누구의 글인가 하고 찾아보니 마종기 시인의 글이다.
어떤 글들은 떨어져있을 때가 더 멋있기도 하지만
이 시는 전체로 읽을 때가 더 나은 것 같다.

[2005.08.30~2005.11.30]

* source: http://www.kyobo.co.kr/introduction/cikokngwhi_history.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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