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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12

아, 입이 없는 것들 - 이성복 51 아, 입이 없는 것들 이성복 저 꽃들은 회음부로 앉아서 스치는 잿빛 새의 그림자에도 어두워진다 살아가는 징역의 슬픔으로 가득한 것들 나는 꽃나무 앞으로 조용히 걸어나간다 소금밭을 종종걸음 치는 갈매기 발이 이렇게 따가울 것이다 아, 입이 없는 것들 /이성복시집, 아, 입이 없는 것들, 문학과 지성사, 2003/ * tirol's thought 오랫만에 이성복 시집을 샀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성복이 오랫만에 시집을 냈다'가 먼저겠지만...-_-;) 2003. 7. 13.
티롤의 두번째 포임레러 [2002.11.13. WED. 티롤의 두번째 포임 레러~] ◈ tirol's greeting 안녕하세요, 티롤입니다. 첫번째 포임 레러 보낼 때는 매일이라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역시 사람의 일이란, 마음 먹은 대로만 되는 건 아니네요. 하지만 또 달리 생각하면, 마음을 먹었으니 이렇게라도 두번째 메일을 보낼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어제 집에 가는 길에 잠깐, 아주 잠깐 흩날리는 눈을 보았습니다. 눈오면 가슴도 뛰고 전화하고 싶은 곳도 막 생각나고 해야하는데 덤덤했습니다. (그래도 어딘가 전화는 해야할 것 같아서 술먹고 헤어진 후배녀석한테 전화했습니다.) 펑펑 쏟아지는 눈을 보면 마음이 달라질런지. 여하튼, 겨울인가 봅니다. =-=-=-=-=-=-=-=-=-=-=-=-=-=-=-=-=-=-=-.. 2002. 11. 27.
편지 1 - 이성복 편지 1 이성복 처음 당신을 사랑할 때는 내가 무진무진 깊은 광맥 같은 것이었나 생각해봅니다 날이 갈수록 당신 사랑이 어려워지고 어느새 나는 남해 금산 높은 곳에 와 있습니다 낙엽이 지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일이야 내게 참 멀리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떠날래야 떠날 수가 없습니다 /문학과 지성 시인선, 이성복 시집'그 여름의 끝'/ * tirol's thought 이문세 노래 중에 '옛사랑'이란 노래가 있지. 그 노래 가사 중에...'사~랑이란게 지겨울 때가 있지...'라는 구절이 있지. 내게 지금 사랑은? 지겨우냐구? 내게 지금...사랑은 너무 멀리 있다. "낙엽이 지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일"만이 가까이 있을 뿐. 사랑이 나를 지겨워하기 시작한 걸까? "떠날래야 떠날 수 없는" 그런 사랑은 도데체 어.. 2001. 9. 16.
거울 - 이성복 거울 이성복 하루 종일 나는 당신 생각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 길은 끝이 있습니까 죽음속에 우리는 허리까지 잠겨 있습니다 나도 당신도 두렵기만 합니다 이 길은 끝이 있습니까 이 길이 아니라면 길은 어디에 있습니까 이 길이 아니라면 길은 어디에 당신이 나의 길을 숨기고 있습니까 내가 당신의 길을 가로막았습니까 하루 종일 나는 당신 생각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거울처럼 * tirol's thoughts 오랫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동안에 나는 매번 지기만 하는 가위바위보를 하는 소년처럼 줄곧 우울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나에게 먼저 '난 주먹을 낼께' '우리 함께 가위를 내는거야' 이런 말들을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말들을 믿거나 그 말들을 뒤집어 생각하거나 하였습니다 요.. 2001. 9. 13.
남해금산 - 이성복 남해금산 이성복 한 여자 돌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금산 푸른 바닷물속에 나 혼자 잠기네 /이성복, 남해 금산 (문학과지성 시인선 052), 문학과지성사, 2001년 02월/ * tirol's thought 모를일이다. 어째서 이성복의 시는 나의 눈가를 뜨끔거리게 만드는지. 솔직히 나는 그의 시를 명쾌하게 해석해낼만한 능력도 없고 어떤 구절에 사무치게 감동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가만히 그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말로 쉽사리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느낌이 밀려온다. 그 느낌을 두리뭉수리하게 해석해 본다면 '슬픔'에 가장 가까운 감.. 2001. 9. 10.
높은 나무 흰 꽃들은 燈을 세우고 19 - 이성복 높은 나무 흰 꽃들은 燈을 세우고 19 이성복 나의 아이는 언제나 뭘 물어야 대답하고 그것도 그저 "응" "아니요"라고만 한다 그때마다 나는 가슴이 답답하고 저 아이가 딴 아이들처럼 자기 주장을 하고 억지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때로 나의 아이가 무작정 울면서 들어오지만 아무리 물어도 제가 왜 울었는지를 모른다 나의 아이는 그 마음이 따뜻하고 나름대로 고집과 욕심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무언가 마저 주지 못한 것 때문에 늘 마음이 답답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지만 또 잊어버리곤 한다 나의 아이를 내가 늘 잊지 못하는 것은 저러자면 저는 얼마나 답답할까 하는 생각이 가끔씩 들기 때문이다 /이성복 시집,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문학과지성 시인선 128,1993 / * tirol's thought .. 2001.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