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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티롤의 일곱번째 포임레러

by tirol 2003. 1. 2.
[2002.12.31. TUE. 티롤의 일곱번째 포임 레러~]

◈  tirol's greeting

어느새 2002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언젠가 떠날 사람이란 걸 미리 알았다고 해서
이별의 서운함이 덜하지 않듯이,
1월1일이 있으면 12월31일도 있는 게 달력인란 걸 안다고 해서
한 해를 보내는 아쉬운 마음이 덜해지진 않는가 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아쉬움 없고, 후회없던 12월31일이 어디 있었나요?
매스컴에서는 '유난히도'라는 말에 유난스럽게 힘을 주어가며
올해의 '다사다난했음'을 강조해 대지만
또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한해는 언제였습니까?

살아가는 일이란,
이쪽에서 보면 박진감 넘치는 헐리우드 블럭버스터 같기도 하고...
저쪽에서 보면 우수수 잠이 밀려드는 프랑스 예술영화 같기도 하고...
결국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건 제 생각이고,
여러분들은 또 나름대로 한해를 보내시는 감회가 있으시겠죠.


한해를 접고 새해를 여는 시로
오늘 고른 시는
오규원의 '순례의 서' 입니다.

바람 때문이든,
햇빛 때문이든,
미련 때문이든,
희망 때문이든,
어쨌든,
살아봐야하지 않겠습니까?

'멈추면서 그리고 나아가면서...저 무엇인가를 사랑하면서'
 말입니다.


=-=-=-=-=-=-=-=-=-=-=-=-=-=-=-=-=-=-=-=-=-=-=-=-=-=-=

◈  Today's Poem

순례의 서

오규원


1

종일
바람에 귀를 갈고 있는 풀잎,
길은 늘 두려운 이마를 열고
우리들을 멈춘 자리에
다시 멈추게 한다.

막막하고 어지럽지만 그러나
고개를 넘으면
전신이 우는 들,
그 들이 기르는 한 사내의
편애와 죽음을 지나

먼길의 귀 속으로 한 사람씩
떨며 들어가는
영원히 집이 없을 사람들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2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무엇인가 저기 저 길을 몰고오는
바람은
저기 저 길을 몰고 오는 바람 속에서
호올로 나부끼는 옷자락은
무엇인가 나에게 다가와 나를 껴안고
나를 오오래 어두운 그림자로 길가에 세워두는 것은
그리고 무엇인가 단 한 마디의 말로
나를 영원히 여기에서 떨게 하는 것은

멈추면서 그리고 나아가면서
나는
저 무엇인가를 사랑하면서.


=-=-=-=-=-=-=-=-=-=-=-=-=-=-=-=-=-=-=-=-=-=-=-=-=-=-=-=-

◈ Closing

tirol의 새로운 홈페이지가 내일부터 정식으로 문을 엽니다.
새로운 홈페이지의 주소는 http://tirol.x-y.net 입니다.
며칠전 옛홈피에 올려놓은 새주소를 보시고
이미 둘러보신분들도 계시겠지만
시간 나시는 대로 들러서 lounge에 글도 남겨주시고 회원가입도 해주세요.
소박한(?) 제 꿈은 tirol's letter를 보내줄 회원 100명을 채우는 겁니다. (그날이 올까요?)
100명이 넘으면 어쩔꺼냐구요? 더 이상 안받을겁니다. 딱 100명!
그러니 서둘러(!!!??) 가입해주서요.

마지막 인사로,
'새해 복...'이란 말을 쓰다가 잠시 멈칫 합니다.
오늘 '새해 복'이라는 말이 들어간 스팸성 인사 메일을 무지하게 받았거든요.
날라리긴 하지만 크리스챤으로서 전 조금 다르게 마무리를 해볼랍니다.
성경의 '이사야'란 예언서에 나오는 건데요, 이런 구절이 있답니다.
(따로 번역은 안하겠습니다. 쉽죠? )

"Forget the former things; do not dwell on the past. See, I am doing a new thing!"
 
지나간 날들의 어지러운 기억들은 모두 잊어버리고
새로운 기대와 설레임으로 시작하는 힘찬 한 해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