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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티롤의 여섯번째 포임레러

by tirol 2002. 12. 12.
[2002.12.12. THU. 티롤의 여섯번째 포임 레러~]

◈  tirol's greeting

열흘만에 여섯번째 시를 보냅니다.
세상에서 가장 먼거리가
머리에서 마음까지라지만
마음에서 팔다리까지의 거리도
만만치는 않은가 봅니다.

날이 제법 추워졌지요?
모든 건 원래 생겨먹은대로일때가
가장 좋은 법이지요.
그런데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하늘이 더 맑아보이더군요.
쨍하고 금이 갈듯이.

=-=-=-=-=-=-=-=-=-=-=-=-=-=-=-=-=-=-=-=-=-=-

◈  today's poem

사랑은

김남주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
봄을 기다릴 줄 안다
기다려 다시 사랑은
불모의 땅을 파헤쳐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
천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사랑은
가을을 끝낸 들녘에 서서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가질 줄 안다
너와 나와 우리가
한 별을 우러러 보며.

=-=-=-=-=-=-=-=-=-=-=-=-=-=-=-=-=-=-=-=-=-=-

◈ Closing

"사랑은..." 이라고 시작하는 수많은 구절들을 떠올려봅니다.
언제나 오래참는 것이고,
눈물의 씨앗이고,
봄을 기다리는 일이고...
불모의 땅을 갈아 엎는 일이고,
사과 한알을 둘로 쪼개 나눠가지는 일이고...

오늘 이 편지를 받는 내 벗들에게
'사랑'은 무엇일까요?
아니 그보다 먼저 나에게
'사랑'은 무엇일까요?

어제 집에가는 길에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어느 업체에서 설문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사람들은 올해 평균 3회 정도의 송년회를 가질 예정이고
시기는 대선 이후, 회비는 50,000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더군요.
(시기가 대선이후로 미뤄진 건 술먹다가 자칫 정치적인 견해차로 싸움날까봐서...라네요. 우습죠?)
송년회 방식으로는 남자들은 역시 술자리를, 여자들은 여행을 첫번재로 꼽았구요.

그러고보면 저도 어쩔 수 없는 평균적 인간인가봅니다.
송년회하면 술먹는 거부터 떠오르고
이미 다녀온 한번의 송년회를 빼고 두서너번의 송년회를 남겨둔.
(근데 회비 50,000원은 좀 비싸지 않나?)

하여튼
이렇게 또 한해가 갑니다.
'한 별을 우러러보며'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가질'
그 사람도 못만나고,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