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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티롤의 다섯번째 포임레러

by tirol 2002. 12. 2.
[2002.12.2. MON. 티롤의 다섯번째 포임 레러~]

◈  tirol's greeting

12월이 되었습니다.
감기는 지나갔고요.
눈, 캐롤, 크리스마스, 송년회...
해마다 오는 년말이건만
어김없이 사람들은 이런 단어들을 떠올리며 가슴 설레합니다.
저요?
저야, 우울하죠.
서른셋과 서른넷이란 숫자가 주는 느낌의 차이를 가늠해보며
속수무책으로 한 해를 보내고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해야하는 심정이
유쾌발랄할리 있겠습니까.
하지만
제 특기가 '정리정돈'이고 취미가 '계획세우기'인지라
아프고 바쁘단 핑계로 정신없이 지낸 11월과는 달리
12월엔 새 마음으로 정리정돈 잘 하고
새해 계획을 세워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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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day's poem

그 집 앞

기형도


그날 마구 비틀거리는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너무도 가까운 거리가 나를 안심시켰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기억이 오면 도망치려네
사내들은 있는 힘 다해 취했네  
나의 눈빛 지푸라기처럼 쏟아졌네
어떤 고함소리도 내 마음 치지 못했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모든 추억은 쉴 곳을 잃었네
나 그 술집에서 흐느꼈네
그날 마구 취한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사내들은 남은 힘 붙들고 비틀거렸네
나 못 생긴 입술 가졌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벗어둔 외투 곁에서 나 흐느꼈네
어떤 조롱도 무거운 마음 일으키지 못했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 사랑 잃었네
 
-=-=-=-=-=-=-=-=-=-=-=-=-=-=-=-=-=-=-=-=-=-=-=-=-=-=-=-=-=-=-=-=-=-=-=-=

◈ Closing

한해를 보내는 우울함 탓인지
기형도의 시가 끌리더군요.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 사랑을 잃었네"
라는 구절이 새삼스레 가슴아프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앞으로 술은 좀 줄일 생각입니다.
딱히 위로나 즐거움이 되는 것도 아니면서
습관처럼 너무 자주 마시는 것 같아서요.

망년회다 뭐다 해서 잦아질 술자리때문에
건강 상하지 않도록 조심하시고
무엇보다 여유를 잃지않는 12월 되시길 빕니다.
(티롤에게 회신을 보내주는 여유를 가지시면 더욱 좋겠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