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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티롤의 네번째 포임레러

by tirol 2002. 11. 27.
[2002.11.25. WED. 티롤의 네번째 포임 레러~]

◈  tirol's greeting
감기는 좀 나은 듯 합니다.
다 나았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다 나은 줄 알고 있다가
지난 주말에 뒤통수 한대 맞았습니다.
일요일 새벽에 터져나오는 기침때문에
자다말고 깨서 한참을 앉아있었더랬습니다.
꺼졌다고 방심말고 조심해야할 게
담배불이나 지나간 사랑만은 아닌가 봅니다.

오늘 고른 시는
나무에 관한 시입니다.
"타는 갈망이 나무를 푸르게, 푸르게 한다"는
구절 때문에 골랐습니다.

무엇이 당신을 푸르게 하나요?
무엇이 나를 푸르게 해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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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day's poem
나무는 단단하다

황지우

사시사철 나무는 물질이다
나무는 단단하고 무표정하다
거무튀튀한 껍질은 무언가 맘에 안 든다는
무언가 거부하고 있는 듯한 기분 나쁜 표정이다
인상 팍 쓰고, 나무는 사시사철----, 화해가 필요하다
나무는 억세고, 거칠다
기분 나쁘다 나무는, 원색적이다
나무는 굶주려 있다
부르터지도록 나무는 공기, 먼지, 소음, 냄새,흙을 빨아먹는다
타는 갈망이 나무를 푸르게, 푸르게 한다
푸르른 나무는 나무의 색(色)이다.
잠시, 나무는 정신(精神)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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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rol's Homepage Update
역쉬, 업데이트는 없었습니다.
with you 게시판에 답글 몇개 달았습니다.
계속 반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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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osing
지난 번 포임 레러에
감기 나으면 닭도리탕에 소주 먹으러 가겠다고 했지요?
아직 감기도 다 안 나았고 닭도리탕도 아니지만
오늘 저녁 소주 마시러 갑니다.
'굶주린 나무는/ 부르터지도록 공기, 먼지, 소음, 냄새, 흙을 빨아먹지만'
배고픈 나는 소주를 빨아먹으며 (부르터지도록은 말고...)
무엇이 나를 푸르게할까 생각 좀 해 볼랍니다.
그러면,
잠시, 나도 '정신'이 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