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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티롤의 세번째 포임레러

by tirol 2002. 11. 27.
[2002.11.20. WED. 티롤의 세번째 포임 레러~]

◈  tirol's greeting : 감기조심!

지난 일요일 오후부터 쿨럭거리기 시작해서는
월요일 오후 조퇴,
급기야 어제는 도저히 몸을 일으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입사 후 최초로 결근을 했습니다.
그깟 '감기'로 조퇴에다 결근까지 하냐구요?
허...
제 말이 그말입니다.
이번 감기, 참 독허다 싶기도 하고,
그 감기에 걸린 나, 참 허약허다 싶기도 하고
이 장면에서 따뜻하게 손 한번 잡어줘야 할 너, 참 만나기 힘들다 싶기도 하고...
하여튼 정말로, 진짜로, 감기 조심하세요.
걸리고 후회하면 늦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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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day's poem
 
감기


이틀을 앓았습니다.
이번 가을은 잘 넘어가나 했는데
왜 기침은 새벽에 더 심한 건지,
정신없이 터져나오는 기침을 수습하다가
오두마니 주저앉아 바라본 창 밖 새벽 하늘은
어쩌자고 그리도 서럽던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
내 스물 일곱이란 나이에는
부끄러움과 불안과 피곤함이
찐득거리는 가래처럼 엉켜 있습니다.
失戀과 試鍊이 뜻없는 눈송이처럼 난무하는
계절의 찬바람을 견디어 내기엔
내가 옷이라고 걸친 것들이 너무 허술했던가 봅니다.
무슨  멍자국 처럼  시퍼런 收納印이 잔뜩 찍혀 있는  
의료 보험증을 들고 병원에 갑니다.
뻐근한 주사 한 대와
식후 삼십 분마다 복용해야 할
하루 치 약으로 처방될
나의 서러움은
참기 힘든 새벽 기침이 잦아든 후에도
쉽게 내리지 않는 身熱처럼  
오랫동안 계속될 것입니다

▶ 티롤이 스물일곱살때 쓴 글입니다. 그라니까 그때가 언제여..긁적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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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rol's Homepage Update

지난 주에는 술먹느냐구 바뻐서
그리고 이번 주에는 감기때문에 아퍼서
업데이트 못했습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

◈ Closing
두번의 포임레러를  보내고 나서
예상 외로(!!?) 다량의 회신 메일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애착소장 파일인 만화 '테리우스' 사진을 첨부로 보내 준  Y모 아줌마
과분하게도 제 글솜씨를 칭찬해주신 도깨비님
오랫만에 연락닿은 고향 선배 M형
멀리 미국서 소식 준 대학친구 honeybunny624
한번은 메일로 또 한번은 홈페이지에다가 직접, 따뜻한 글을 보내주신 hihit님
별다른 수식어를 붙이고 싶지않은(내 친동생같은?) 후배 K
프루스트가 알게 해준 회사동료 K님
내내 연락안하다가 이런 스팸메일 보낸다고 전화로 격렬히 항의하던 대전의 P모 깡패님
모두 고맙습니다.(바로 요 위의 P모씨를 포함해서...)

감기가 나으면
어디 닭도리탕 잘 하는 집에 가서 소주랑 한잔 쭈욱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갑자기 왠 닭도리탕이냐구요?
뭐, 모든 일을 다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꼭 그럴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구요.
같이 한잔 하실 분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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