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권오삼
해는 활활
매미는 맴맴
참새는 짹짹
까치는 깍깍
나뭇잎은 팔랑팔랑
개미는 뻘뻘
모두모두 바쁜데
구름만 느릿느릿
<권오삼, 고양이가 내 뱃 속에서, 사계절, 2015>
* tirol's thought
주택에 살던 때가 있었다
짱짱하게 더운 여름날 오후
미숫가루 한 사발 타 마시고
마루에 누워 하릴 없이 뒹굴거리다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던 때가 생각난다
느릿느릿 가는 것 같지만 또 어느새
이쪽에서 저쪽으로 스으윽 미끄러져 가는 구름
눈 돌려 마루 천장 무늬를 하나둘 헤아리다가 스르르
한참 지나 잠 깨어 멍하니 앉았있던
느릿느릿 시간이 흐르던
기다려도 안 오시던 엄마를 기다리던 그 때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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