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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여름 - 권오삼

by tirol 2020. 7. 5.

여름

 

권오삼

 

 

해는 활활

매미는 맴맴

참새는 짹짹

까치는 깍깍

나뭇잎은 팔랑팔랑

개미는 뻘뻘

모두모두 바쁜데

 

구름만 느릿느릿

 

<권오삼, 고양이가 내 뱃 속에서, 사계절, 2015>

 

 

* tirol's thought

 

주택에 살던 때가 있었다

짱짱하게 더운 여름날 오후

미숫가루 한 사발 타 마시고

마루에 누워 하릴 없이 뒹굴거리다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던 때가 생각난다

느릿느릿 가는 것 같지만 또 어느새

이쪽에서 저쪽으로 스으윽 미끄러져 가는 구름

눈 돌려 마루 천장 무늬를 하나둘 헤아리다가 스르르 

한참 지나 잠 깨어 멍하니 앉았있던 

느릿느릿 시간이 흐르던

기다려도 안 오시던 엄마를 기다리던 그 때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