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매며
장석남
아무 소리도 없이 말도 없이
등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와 나는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는 멀리서부터 닿는다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
별 그럴일도 없으면서 넋놓고 앉았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그래서 어찌할 수없이
배를 매게 되는 것
잔잔한 바닷물 위에
구름과 빛과 시간과 함께
떠 있는 배
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함께
매어진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랑이란 그런 것을 처음 아는 것
빛 가운데 배는 울렁이며
온종일을 떠 있다
장석남, 왼쪽 가슴아래께에 온 통증, 창작과 비평사, 2000.
장석남
아무 소리도 없이 말도 없이
등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와 나는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는 멀리서부터 닿는다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
별 그럴일도 없으면서 넋놓고 앉았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그래서 어찌할 수없이
배를 매게 되는 것
잔잔한 바닷물 위에
구름과 빛과 시간과 함께
떠 있는 배
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함께
매어진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랑이란 그런 것을 처음 아는 것
빛 가운데 배는 울렁이며
온종일을 떠 있다
장석남, 왼쪽 가슴아래께에 온 통증, 창작과 비평사, 2000.
* tirol's thought
그래, 사랑은 '등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오듯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 그걸 본능적으로 잡아다 매는 사람이 있고...어째야할 줄 몰라서 허둥대다...떠나보내는 바보 같은 사람이 있는 거겠지. 본능을 잃어버린 사람의 슬픔을 그대는 아는가?
그래, 사랑은 '등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오듯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 그걸 본능적으로 잡아다 매는 사람이 있고...어째야할 줄 몰라서 허둥대다...떠나보내는 바보 같은 사람이 있는 거겠지. 본능을 잃어버린 사람의 슬픔을 그대는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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