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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과 세상

소리의 황홀 - 윤광준

by tirol 2002. 11. 26.
나는 어떤 일이나 쉽게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어떤 한 분야에 미쳐있는 사람들을 보면 한편으로 부럽고 또 한편으로는 그들과 다른 내가 다행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소리의 황홀’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오디오의 세계에 미쳐있는 저자가 정말 멋있어 보였고 부럽기도 했고 절대 저자처럼 될 수 없을 내가 답답하기도 했으며 또 그 사실에서 묘한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유보할 수 있는 행복은 없다.”란 저자의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행복도 시간이 지나면 식는 법이다. 이미 식은 밥이나 식어버린 사랑이나 식어버린 행복이나… 그렇지만 누군들 따뜻한 밥을 먹고 싶지 않으랴. 누가 불타는 사랑을 잡고 싶지 않으랴. 다만, 언제나 그땐 그런 이유가 있지 않았던가, 피할 수 없는.
돈 때문에 비루해지는 건 정말 싫은 노릇이지만 정말 돈이 없어서 뭔가를 못하는 때도 있게 마련이고 시간은 언제나 주체할 수 없을만큼 넘치거나 꼼짝 못할만큼 부족하며 인연은 늘 너무 이르거나 늦다.

그렇지만 정말로 소중한 것은 대가 없이 얻을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진실이다. 내 앞에 닥친 행복을 손에 쥐기 위해서 난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희생할 것인가. 그게 돈이든, 다른 사람들을 향한 내 자존심이든, 불확실한 미래든, 모든 걸 손에 쥔 채로 또 다른 행복을 구하지 말 일이다. 하이파이 오디오의 전설이 되어버린 마크레빈슨도, 음악의 아버지 바흐도, 오디오에 미친 저자의 또 다른 친구 시인 김갑수도 그들이 원했던 것을 얻기 위해 무엇인가를 포기해야만 했을 것이다. 나는 그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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