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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새들은 모래주머니를 품고 난다 - 손택수

by tirol 2004. 11. 15.
새들은 모래주머니를 품고 난다

손택수


난다는 것은 목구멍이 쓰라린 일이다.
쓰라림을 참고, 목구멍에 굳은살 박이는 일이다.

새들은 날기 위해, 날 수 있는
적정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제 이빨을 모두 뽑아버린 자들이 아닐까.

새들은 시합을 앞둔 복서처럼
모래주머니를 달고 다닌다.
이빨 대신 먹이를 잘게 부수면서
채워놓아야 하는 모래주머니를 아주
몸속에 집어넣고 다닌다.

아무도 떼갈 수 없게끔, 실은
고비고비마다 흔들리는 자신을 더 경계하며,

우리는 더러 모래 씹듯 밥을 삼키지만
새들은 매 끼니마다 모래를 삼키고 있는 것이다.


* tirol's thought

하늘을 날지는 못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에게도
몸 속에 모래주머니가 하나씩 생긴다.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못하는 슬픔들.
묵묵히 밥을 씹듯 혼자 넘겨야 하는 아픔들.
차곡차곡 몸 속에 모래처럼 쌓인다.

새들은 하늘을 날기위해
이빨을 뽑고 몸 속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다니지만
사람들은 어디론가 날라가지 않기위해
이를 악물고 몸 속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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