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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빗방울,빗방울 - 나희덕

by tirol 2004. 11. 11.
빗방울,빗방울

나희덕


버스가 달리는 동안 비는
사선이다
세상에 대한 어긋남을
이토록 경쾌하게 보여주는 유리창

어긋남이 멈추는 순간부터 비는
수직으로 흘러내린다
사선을 삼키면서
굵어지고 무거워지는 빗물
흘러내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더이상 흘러갈 곳이 없으면
빗물은 창틀에 고여 출렁거린다
출렁거리는 수평선
가끔은 엎질러지기도 하면서

빗물, 다시 사선이다
어둠이 그걸 받아 삼킨다
순간 사선 위에 깃드는
그 바람, 그 빛, 그 가벼움, 그 망설임

뛰어내리는 것들의 비애가 사선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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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rol's thought

저녁을 먹고 베란다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술을 마셨다.
L형과 고향 친구 M에게 전화를 했다.
창가에 부대끼는 빗소리와
익숙한 벗들의 목소리는 좋은 안주다.
굵어지고 무거워지는 빗물이 마음에 고여 흐른다.
흘러내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