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평화
이문재
사람이 만든 책보다
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
사람이 만든 노래보다
노래가 만든 사람이 더 많다
사람이 만든 길보다
길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
사랑으로 가는 길은 오직 사랑뿐
사랑만이 사랑으로 갈 수 있다
그래야 사람이 만든 사랑보다
사랑이 만든 사람이 더 많아진다
평화로 가는 길 또한 오직 평화뿐
평화만이 평화로 갈 수 있다
평화만이 평화를 만들 수 있다
그래야 사람이 만든 평화보다
평화가 만든 사람이 더 많아진다
이 또한 오래된 일이다
* '사람이 만든 책보다 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라는 문장은 출처가 밝혀지지 않은 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문재 시집, 혼자의 넓이, 창비, 2021>
* tirol's thought
사람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책과 노래와 길과 사랑과 평화 그리고...
사람이 만들어져 가는 존재라는 것을 아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가
내가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인정하는 것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고
더 나은 모습으로 빚어져가는 존재라는 걸 깨달을 때 우리는 희망을 갖는다.
책과 노래와 길은 사람이 만들 수 있지만
진짜 사랑과 평화는 사람이 만들 수 없다는 시인의 말
오직 사랑이 사랑을 평화가 평화를 만들 수 있을 뿐
사랑이 만든 사랑 평화가 만든 평화가
사람이 만든 사랑과 평화와 다른 게 뭘까
사랑과 평화가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이라면
사람은 그걸 받아서 비춰주는 달 같은 존재란 의미일까
사람이 스스로 사랑과 평화를 만들어낼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인정하는 게
사랑과 평화에 이르는 길이라고 시인은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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