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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사랑과 평화 - 이문재

by tirol 2024. 2. 29.

사랑과 평화

이문재


사람이 만든 책보다
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

사람이 만든 노래보다
노래가 만든 사람이 더 많다

사람이 만든 길보다
길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

사랑으로 가는 길은 오직 사랑뿐
사랑만이 사랑으로 갈 수 있다
그래야 사람이 만든 사랑보다
사랑이 만든 사람이 더 많아진다

평화로 가는 길 또한 오직 평화뿐
평화만이 평화로 갈 수 있다
평화만이 평화를 만들 수 있다
그래야 사람이 만든 평화보다
평화가 만든 사람이 더 많아진다

이 또한 오래된 일이다

* '사람이 만든 책보다 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라는 문장은 출처가 밝혀지지 않은 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문재 시집, 혼자의 넓이, 창비, 2021>

 

* tirol's thought

 

사람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책과 노래와 길과 사랑과 평화 그리고...

사람이 만들어져 가는 존재라는 것을 아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가

내가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인정하는 것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고

더 나은 모습으로 빚어져가는 존재라는 걸 깨달을 때 우리는 희망을 갖는다. 

책과 노래와 길은 사람이 만들 수 있지만 

진짜 사랑과 평화는 사람이 만들 수 없다는 시인의 말

오직 사랑이 사랑을 평화가 평화를 만들 수 있을 뿐

사랑이 만든 사랑 평화가 만든 평화가

사람이 만든 사랑과 평화와 다른 게 뭘까

사랑과 평화가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이라면

사람은 그걸 받아서 비춰주는 달 같은 존재란 의미일까

사람이 스스로 사랑과 평화를 만들어낼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인정하는 게 

사랑과 평화에 이르는 길이라고 시인은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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