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읽어주는 남자

백운모텔 - 공광규

by tirol 2017. 10. 31.

백운모텔


공광규



벌초하러 고향에 내려갔다가

먼지와 벌레가 주인이 되어버린 빈집을 나와

무량사 앞 한적한 모텔에 들었다


왠지 호젓하여 글이나 써볼까 하는데

쓸 쓸 쓸 쓸 여치가 운다


나도 금방 쓸쓸해져서

젊은 나이에 병들어 울면서 돌아가신 아버지도 생각나고

늙어서 불경을 외우다 돌아가신 어머니도 생각난다


혼자 사는 이혼한 여동생을 생각하다가 목이 메는데

이름을 알 수 없는 풀벌레가 또 운다



* 공광규 시집, '담장을 허물다' 



* tirol's thought


'쓸 쓸 쓸 쓸 여치가 우는' 밤

시인은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 생각을 한다.

생각을 하다 목이 메는데

'이름을 알 수 없는 풀벌레가'  또 운다.


울고, 울고, 또 운다.


시를 읽다가, 

드문드문 아버지 어머니 동생 생각을 하는데

내 목이 메는 것 같다.

어딘가에서 또 이름을 알 수 없는 풀벌레가 운다. 


올고 울고 또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