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모텔
공광규
벌초하러 고향에 내려갔다가
먼지와 벌레가 주인이 되어버린 빈집을 나와
무량사 앞 한적한 모텔에 들었다
왠지 호젓하여 글이나 써볼까 하는데
쓸 쓸 쓸 쓸 여치가 운다
나도 금방 쓸쓸해져서
젊은 나이에 병들어 울면서 돌아가신 아버지도 생각나고
늙어서 불경을 외우다 돌아가신 어머니도 생각난다
혼자 사는 이혼한 여동생을 생각하다가 목이 메는데
이름을 알 수 없는 풀벌레가 또 운다
* 공광규 시집, '담장을 허물다'
* tirol's thought
'쓸 쓸 쓸 쓸 여치가 우는' 밤
시인은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 생각을 한다.
생각을 하다 목이 메는데
'이름을 알 수 없는 풀벌레가' 또 운다.
울고, 울고, 또 운다.
시를 읽다가,
드문드문 아버지 어머니 동생 생각을 하는데
내 목이 메는 것 같다.
어딘가에서 또 이름을 알 수 없는 풀벌레가 운다.
올고 울고 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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