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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달밤 - 황동규

by tirol 2006. 8. 29.
달밤

황동규

누가 와서 나를 부른다면
내 보여 주리라
저 얼은 들판 위에 내리는 달빛을
얼은 들판을 걸어가는 한 그림자를
지금까지 내 생각해 온 것은 모두 무엇인가
친구 몇몇 친구 몇몇 그들에게는
이제 내 것 가운데 그 중 외로움이 아닌 길을
보여 주게 되리
오랫동안 네 여며온 고의춤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
두 팔 들고 얼음을 밟으며
갑자기 구름 개인 들판을 걸어 갈 때
헐벗은 옷 가득히 받는 달빛 달빛.

/황동규, 삼남에 내리는 눈, 민음사, 1975/


* tirol's thought

블로그에 시를 올릴 때 주로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시들을 이용하게 되는데 책장에서 시집을 꺼내 대조를 해보면 가끔 틀린 곳이 발견된곤 한다. 철자법이 틀린 곳도 있고, 단어를 빼먹기도 한다. 이 시도 그랬다. 인터넷에서 찾은 시에는 4행의 첫 단어가 '얼음 들판'이라고 되어 있었고 5행에 '모두'라는 단어가 빠져 있었다. 틀린 곳을 찾아서 고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하긴 내가 올린 시들 중에 이 시 말고도 잘못 올려진 시들은 또 얼마나 많을지...)
시집 맨 뒷장을 보니  1991년 가을에 L형이 사준 것으로 메모가 되어있다. 91년 가을이면 방위마치고 2학년 2학기로 막 복학을 했을 무렵이다. 그때 형과 학교 잔디밭에서 술 참 많이 먹었다. 안주는 빈약했어도 할 얘기는 많았다. ('서글픈 청춘에 대한 한탄'이 주류였던 것 같긴 한데 솔직히 무슨 얘기를 했었는지 기억은 잘 안난다.)
그 후 십오년이 흘렀다.
'누가 와서 나를 부른다면' 나는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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