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나무 빤스
손택수
아내의 빤스에 구멍이 난 걸 알게 된 건
단풍나무 때문이다
단풍나무가 아내의 꽃무늬 빤스를 입고
볼을 붉혔기 때문이다
열어놓은 베란다 창문을 넘어
아파트 화단 아래 떨어진
아내의 속옷,
나뭇가지에 척 걸쳐져 속옷 한 벌 사준 적 없는
속없는 지아비를 빤히 올려다보는 빤스
누가 볼까 얼른 한달음에 뛰어내려가
단풍나무를 기어올랐다 나는
첫날밤처럼 구멍 난 단풍나무 빤스를 벗기며 내내
볼이 화끈거렸다
그 이후부터다, 단풍나무만 보면
단풍보다 내 볼이 더 바알개지는 것은
* 손택수 시집, '목련 전차' (창비, 2006)
* source: http://blog.naver.com/sotong/50126373269
tirol's thought
백만년 만에 올리는 포스팅인 것 같다 (실제로는 지난 7월이후 넉달쯤?)
'아내의 빤스'를 소재로도 이런 좋은 시를 쓸 수 있는데
나는 시도 못쓰고
시를 쓰겠다고 애 쓰던 마음마저
놓아버리고 살고 있구나.
나도 아내에게 속옷 선물을 해 본적은 없다.
하긴 문제는 '빤스'가 아니라 '마음'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는 순간,
그가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가를 깨닫게 되는 순간,
그 시간이 얼마나 '시적인 순간'인가.
백만년 만에 올리는 포스팅인 것 같다 (실제로는 지난 7월이후 넉달쯤?)
'아내의 빤스'를 소재로도 이런 좋은 시를 쓸 수 있는데
나는 시도 못쓰고
시를 쓰겠다고 애 쓰던 마음마저
놓아버리고 살고 있구나.
나도 아내에게 속옷 선물을 해 본적은 없다.
하긴 문제는 '빤스'가 아니라 '마음'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는 순간,
그가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가를 깨닫게 되는 순간,
그 시간이 얼마나 '시적인 순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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