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읽어주는 남자

높은 나무 흰 꽃들은 燈을 세우고 19 - 이성복

by tirol 2001. 9. 10.
높은 나무 흰 꽃들은 燈을 세우고 19

이성복


나의 아이는 언제나 뭘 물어야 대답하고 그것도 그저 "응" "아니요"라고만 한다 그때마다 나는 가슴이 답답하고 저 아이가 딴 아이들처럼 자기 주장을 하고 억지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때로 나의 아이가 무작정 울면서 들어오지만 아무리 물어도 제가 왜 울었는지를 모른다 나의 아이는 그 마음이 따뜻하고 나름대로 고집과 욕심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무언가 마저 주지 못한 것 때문에 늘 마음이 답답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지만 또 잊어버리곤 한다 나의 아이를 내가 늘 잊지 못하는 것은 저러자면 저는 얼마나 답답할까 하는 생각이 가끔씩 들기 때문이다

/이성복 시집,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문학과지성 시인선 128,1993 /

* tirol's thought

시집의 앞장에는 "1996.11.25. P에게 선물로 주었던 빈 자리, 奎 "라고 적혀있다. P에게 읽던 시집을 선물하고 다시 산 시집일 것이다. P에게 시집을 선물하기 전에 편지로 이 시를 먼저 전해줬던 것도 같다. 그때 내 꿈들 중의 하나가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란 얘기를 했던가 안했던가...

'시 읽어주는 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 - 서정주  (0) 2001.09.12
남해금산 - 이성복  (0) 2001.09.10
구두  (0) 1998.02.25
옛사랑  (0) 1995.01.25
어머니  (0) 1994.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