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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구두

by tirol 1998. 2. 25.

구두


구두를 닦는다
침 뱉어가며
검댕 묻혀가며

닳아빠진 세월의 뒷축이여
끈덕지게 달라붙는
자잘한 슬픔의 먼지들이여
얼굴을 보여다오
상처투성이 청춘의 구두코여
주름진 외로움의 발등이여

해어진 사랑 북북찢어
추억의 손가락에 둘둘감고
땀 흘려가며
큰숨 몰아쉬어가며
구두를 닦는다
닦아도

빛나지 않는 구두여
보이지 않는 얼굴이여
손 끝에 배어 물드는 새까만
미련이여
닦이지 않는 눈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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