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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옛사랑 - 조성규

by tirol 1995. 1. 25.

옛사랑

조성규


비같은 눈이 내린다

아, 눈이구나 미소지으며
지난 여름 피었다 진
장미꽃들을 떠올릴 여유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마른 땅위에 처박히는
얼다만 눈물같이 서러운 눈

습관처럼 건네다 보던
맞은편 건물 옥상 화단은
시든꽃 한송이 없이 갈아엎어져
굳은 표정으로 시린 눈을 맞고 있는데

자꾸만 헛구역질이 나고
시큼하게 번져오는 어지럼증에
무심코 짚은 유리창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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