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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나방 - 송기흥

by tirol 2007. 8. 3.

나방

송기흥

스님 한 분이 찾아오셨다
그런데, 어디가 아픈지
몸을 뒤틀며 쓰러지셨다
입적이라도 하셨는가, 들여다보니
온몸을 떨고 있다
가을볕 부신 툇마루에 잿빛 무늬
가사(袈裟)의 물결이 아른거린다
생이, 이처럼 떨리는 그 무엇이었다는 건지
생을, 이처럼 진저리치며 살아야 한다는 건지
오래 떠돌다 돌아온 구도자의 심중이
장삼자락 안에서 떨고 있다
다음 생으로 건너가기 직전이다

* source: http://poemfire.com/bbs/view.php?id=yst_poemread&page=10&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836



* tirol's thought

그저께 새벽에 난데없는 매미 울음 소리에 잠을 깼다.
나가보니 베란다 방충망에 매미가 매달려 울고 있었다, 새벽 네시에.
어쩌자고 그 매미는 그 시간에 거기서 그런 자세로 울고 있었던 것일까?
내게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죽어가는 나방의 몸짓을 보며 시인은,
생이, 이처럼 떨리는 그 무엇이었다는 건지
생을, 이처럼 진저리치며 살아야 한다는 건지

얘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묻는다.

손바닥으로  툭 쳐서 돌려보낸 그 매미는
제가 울어야 할 나무를 찾아서 잘 돌아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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