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 읽어주는 남자

연 - 박철

by tirol 2007. 5. 16.

박철


끈이 있으니 연이다

묶여 있으므로 훨훨 날 수 있으며
줄도 손길도 없으면
한낱 종잇장에 불과하리

눈물이 있으니 사랑이다
사랑하니까 아픈 것이며
내가 있으니 네가 있는 것이다

날아라 훨훨
외로운 들길, 너는 이 길로 나는 저 길로
멀리 날아 그리움에 지쳐
다시 한번
돌아올 때까지


/ 박철, 사랑을 쓰다 , 열음사, 2007년 04월/

 

* tirol's thought

언젠가 '넥타이에 매인 囚人' 신세 타령을 한 적이 있는데
이 시를 읽어 보니 그 넥타이가 '연 끈'처럼 보이기도 한다.
묶여 있으므로 나는 먹고 살 수 있다,
고 해석을 해놓고 보니 새삼 착찹하다.

끈이 없는 연이나
네가 없는 나는
외롭겠지만 자유롭겠지.
자유롭지만 배 고프겠지.

끈이 있는 연더러
훨훨 날으라고 하는 건
돌아온다는 조건을 걸어두고
멀리 날라고 하는 건
배려인가 위선인가.

'시 읽어주는 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방 - 송기흥  (1) 2007.08.03
빛 - 이시영  (1) 2007.06.13
아이들을 위한 기도 - 김시천  (0) 2007.05.15
여백 - 도종환  (0) 2007.04.25
발령났다 - 김연성  (0) 2007.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