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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 이성복

by tirol 2010. 8. 16.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이성복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 속에 있지 않다
사람이 사랑 속에서
사랑하는 것이다

목 좁은 꽃병에
간신히 끼여 들어온 꽃대궁이
바닥의 퀘퀘한 냄새 속에 시들어가고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있다

/이성복 시집, 아, 입이 없는 것들, 문학과지성사/

* source: http://suyunomo.net/?p=4042


* tirol's thought

오랫만에 이성복의 시를 읽는다.
좋다.
이성복의 시치고는 꽤 쉬운 시다.
점점 어려운 시를 읽기가 어려워진다.
예전에는 쉬운 시를 읽기가 어려웠는데.
어느날인가 쉬운 시도 어려운 시도 읽기 어려워지는 때가 오려나?
'내가'라는 주어를 벗어던지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
'내가'라고 시작하는 문장은 늘 무엇인가를 '내' 속에 종속시키려 든다.
마치 목 좁은 꽃병에 꽃대궁을 끼워넣듯이.
그러나 꽃은 늘 어제의 하늘 속에 있을 뿐.

피곤한 날들이 연속이다.
이또한 역시
'나'를 내려놓지 못한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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