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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견딜 수 없네 - 정현종

by tirol 2010. 5. 11.
견딜 수 없네

정현종


갈수록, 일월(日月)이여,
내 마음이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傷痕)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 정현종 시집 <견딜 수 없네> 큰나(시와시학사)
* Source: http://suyunomo.net/?p=2743

* tirol's thought

변명 같지만 (사실 변명이지만)
가만히 자리에 앉아
시를 읽고, 생각을 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없어진다.
가끔은, 그 사실이, 정말
'견딜 수 없다.'
내 마음은 더 여리어져 가는데,
견딜 수 없는 것들은 점점 더 늘어가는데
견뎌야 할 것들은 더 늘어나고
견디기 위해
복용할 수 있는 시간은 더 줄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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