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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호2

저물 무렵 - 신동호 저물 무렵 신동호 황혼이 어깨위에서 오래도록 머물러주길 바랬습니다 손때를 많이 탄 느티나무 밑둥으로 풀벌레들이 기어드는 무렵 언덕으로 저녁연기가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마음 한 켠이 아득해지고 있었습니다 돌아보니 아 거기에 당신이 있었습니다 겨울 하늘에 맨 돌팔매질을 하던 황혼이 물든 들녁을 이내 바라보고 섰던 언덕배기엔 썰매타기와 연날리기가 아이들을 기다리고 쓸쓸한 저녁을 위해, 저물무렵 못내 그리운 마음의 아련함이란 그 때문일까요 낮동안, 그래서 아이들이 피운 부산스러움과 먼지더미는 아름다운 게 아닌지요 언덕배기에 앉으면 당신이 자라온 마을과 지나온 길이 함께 어두워져가고 그때 불어오던 바람이 아 당신의 가슴을 파고드는 것을 보았습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많았기에 가슴 시리지 않던가요 지나온 길위에.. 2003. 10. 14.
서른하나 - 신동호 서른하나 신동호 고맙다 세월이여 가로수 위로 노을이 내려앉아 귀가의 저녁에 너의 얼굴을 만나면 배냇저고리, 색이 바랜 무명은 고통과 더불어 어머니의 장롱 어딘가에 묻혀있고 장롱, 다섯번의 이사와 궁색한 가계를 지켜본 귀퉁이의 자개조각 붙어 있는 그만큼 네가 고맙다 스물이던 시절부터 가능하던 나의 아이여 저물 무렵의 골목은 길어져가고 모퉁이를 돌 때마다 하나 둘 스물하나 스물둘 세월마다 켜켜이 쌓인 그리운 이여, 노을이 지면 그림자 사라지고 길은 짧아질까 그럴수록 천천히 걸어볼 일이었을까 사랑하는 이들을 남겨준 나날이여 한때나마 원망도 있었다 서른의 구비에서 모든 것은 하나의 결과로 취급되었으므로 가정과 안정을 추구하는 청춘의 꾀죄죄함이여 생각해보면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은 이미 나올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2001.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