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 진은영
나는진은영너무 삶은 시금치, 빨다 버린 막대사탕, 나는 촌충으로 둘둘 말릴 집, 부서진 가위, 가짜 석유를 파는 주유소, 도마 위에 흩어진 생선비늘, 계속 회전하는 나침판, 나는 썩은 과일 도둑, 오래도록 오지 않는 잠, 밀가루 포대 속에 집어넣은 젖은 손, 외다리 남자의 부러진 목발, 노란 풍선 꼭지, 어느 입술이 닿던 날 너무 부풀어올랐다 찢어진* tirol's thought어린아이가 그린 것 같은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저런 그림은 나도 그리겠네' 싶어도막상 그리려면 어렵다는 걸 알게 되듯이'나는'이라는 제목 뒤에 서술어를 갖다 붙이는 일쯤은'그까이 게 뭐 별 건가, 나도 할 수 있겠네' 싶어도막상 써보려고 하면 '그까이 게' 별 거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시인이 보여주는 이미지을 좇아가기에 굳어버린..
2025.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