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인3 빈방 - 김사인 빈방김사인나 이제 눕네봄풀들은 꽃도 없이 스러지고우리는 너무 멀리 떠나 왔나봐저물어가는데채독 걸린 무서운 아이들만장다리 밭에 뒹굴고아아 꽃밭은 결딴났으니봄날의 좋은 볕과환호하던 잎들과묵묵히 둘러앉던 저녁 밥상의 순한 이마들은어느 처마 밑에서 울고 있는가나는 눕네 아슬한 가지 끝에늙은 까마귀 같이무서운 날들이오고 있네자, 한 잔눈물겨운 것이 어디 술뿐일까만그래도 한 잔tirol's thought'채독'이 뭔가 싶어 찾아봤다. 채독 菜毒[채ː독]1. 채소 따위에 섞여 있는, 채독증을 일으키는 독기.2. 의학 구충에 감염되었을 때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요즘 아이들도 '채독'에 걸리나 모르겠다. 아마도 예전 같지는 않겠지. 시인은 어떤 심정으로'장다리 밭에 뒹굴며/ 꽃밭을 결딴내는''채독 걸린 무서운 아이들'.. 2025. 4. 17. 풍선 - 김사인 풍선 김사인 한번은 터지는 것 터져 넝마 조각이 되는 것 우연한 손톱 우연한 처마 끝 우연한 나뭇가지 조금 이르거나 늦을 뿐 모퉁이는 어디에나 있으므로. 많이 불릴수록 몸은 침에 삭지 무거워지지. 조금 질긴 것도 있지만 큰 의미는 없다네. 모퉁이를 피해도 소용없네. 이번엔 조금씩 바람이 새나가지. 어린 풍선들은 모른다 한번 불리기 시작하면 그만둘 수 없다는 걸. 뽐내고 싶어지지 더 더 더 더 커지고 싶지. 아차, 한순간 사라지네 허깨비처럼 누더기 살점만 길바닥에 흩어진다네. 어쩔 수 없네 아아, 불리지 않으면 풍선이 아닌 걸. tirol's thought 시를 읽고 나니, '배는 항구에 있을 때 안전하다. 하지만 배는 그러자고 있는 것이 아니다' 라는 문장이 생각난다. 시가 의미하는 바가 너무 명료해서 .. 2020. 12. 5. 조용한 일 - 김사인 조용한 일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김사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 창비시선 262, 창비, 2006년 04월/ * tirol's thought 어제 저녁에, 차를 타고 집에 오다가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었다. 해야할 것 같은 일도 많고 하라는 일도 많은 세상에서 그냥 말없이 곁에 있는 것, 실은 그런 게 고마운 일이라고 말해주는 시인이 고맙다. 2007. 8. 2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