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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여자 - 청산옥에서 2

윤제림


상에 오른 비름나물이 아무래도 심상찮았습니다. 맛이 간 것입니다. 엊그제 도착한 염천(炎天)이란 놈이 내 먹을 음식까지 휘저어 놓은 것입니다. 쥔 여자를 불러 따졌습니다. 조금 전 손님까지 말없이 먹고 갔는데 무슨 소리냐며 되레 역정입니다. 가는 맛을 어떻게 붙잡느냐며, 싫거든 두 마장 밖 곰보네로 가랍니다. 한 술 더 떠서, 맛이란 건 뜨내기 손님 같아서 왔나 싶으면 가버린다는 훈시에, 당신 같은 느림보는 만나기 힘들 거라는 악담! 처음엔 퍽 상큼한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이 여자도 맛이 간 모양입니다. 염천의 방에서 나오더란 말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여자의 말도 영 틀린 얘기만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 source: 2006년 2월 23일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 tirol's thought

비름나물도 맛이가고,
그 여자도 맛이 가고,
그래도,
'그 여자의 말도 영 틀린 얘기만은 아닌 것 같'다고
읇조리는 시인의 말이 재미있고 훈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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