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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조그만 사랑노래 - 황동규

by tirol 2009. 11. 16.
조그만 사랑 노래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 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 다니는
몇 송이의 눈.


* tirol's thought

날이 많이 춥다.
(나는 보지 못했지만)
지난 일요일 새벽엔 서울에 첫 눈이 왔다고 한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추위는 몸을 움츠리게 만들고
지난 일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아주 오래 전,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의 기억들.
장면들이 명료하게 떠오르진 않지만
느낌은 오히려 생생하다.
외롭고 쓸쓸했던 날,
한 모금의 따뜻한 술처럼
읽히던 싯구절들.
세월이 많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