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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사향 - 김상옥

by tirol 2004. 11. 2.
사향

김상옥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 길이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
백양 숲 사립을 가린 초집들도 보이구요

송아지 몰고 오며 바라 보던 진달래도
저녁 노을처럼 산을 들러 퍼질 것을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도 캐어 오리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감았던 그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


* tirol's thought

지난 31일.
시인의 아내가 죽자
시인은 곡기를 끊고
엿새만에 세상을 버렸다 한다.

몇해 전 세상을 떠난 시인 서정주도
아내를 잃은 후 두달 동안 술만 마시다
그렇게 된 것이라 한다.

오래도록 아내와 해로한 '노인'이기 때문인지
다른 사람들보다 더깊이 슬픔을 느끼는 '시인'이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어느 블로거의 말대로 '84세의 나이에도 목숨을 끊을 만큼 슬픈 일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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