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는 법
정호승
밥상 앞에
무릎을 꿇지 말 것
눈물로 만든 밥보다
모래로 만든 밥을 먼저 먹을 것
무엇보다도
전시된 밥은 먹지 말 것
먹더라도 혼자 먹을 것
아니면 차라리 굶을 것
굶어서 가벼워질 것
때때로
바람부는 날이면
풀잎을 햇살에 비벼 먹을 것
그래도 배가 고프면
입을 없앨 것
창비시선 161,정호승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정호승
밥상 앞에
무릎을 꿇지 말 것
눈물로 만든 밥보다
모래로 만든 밥을 먼저 먹을 것
무엇보다도
전시된 밥은 먹지 말 것
먹더라도 혼자 먹을 것
아니면 차라리 굶을 것
굶어서 가벼워질 것
때때로
바람부는 날이면
풀잎을 햇살에 비벼 먹을 것
그래도 배가 고프면
입을 없앨 것
창비시선 161,정호승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 tirol's thought
똑같은 시를 신문에서 읽을 때와 시집에서 읽을 때의 느낌은 많이 다르다. 이 시는 신문에서 먼저 읽었다. 그리고 나중에 시집을 샀는데 시집에서 읽는 시는 맛이 나지 않았다. 혼자 밥을 먹으며 습관적으로 펴는 신문. 흥미있는 기사가 없어도,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읽어내려가는 글자들.먹고 살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밥상 앞에 무릎도 꿇고, 전시된 밥도 먹어야 하고, 먹기 싫을 때 먹어야하고, 굶기 싫을 때 굶어야 하는 삶의 치욕이여. 풀잎에 햇살을 비벼먹고 살수만 있다면, 입을 없앨 수 있다면야 얼마나 좋으랴. 그럴 수 있다면...
똑같은 시를 신문에서 읽을 때와 시집에서 읽을 때의 느낌은 많이 다르다. 이 시는 신문에서 먼저 읽었다. 그리고 나중에 시집을 샀는데 시집에서 읽는 시는 맛이 나지 않았다. 혼자 밥을 먹으며 습관적으로 펴는 신문. 흥미있는 기사가 없어도,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읽어내려가는 글자들.먹고 살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밥상 앞에 무릎도 꿇고, 전시된 밥도 먹어야 하고, 먹기 싫을 때 먹어야하고, 굶기 싫을 때 굶어야 하는 삶의 치욕이여. 풀잎에 햇살을 비벼먹고 살수만 있다면, 입을 없앨 수 있다면야 얼마나 좋으랴. 그럴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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