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이시영
가로등은 심심하여 발밑을 헤적이다가
용기를 내어 은행나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깜짝 놀란 은행나무가 노오란 잎들을 우수수 쏟았다
가을이었다
<이시영, 호야네 말, 창비, 2014>
* tirol's thought
2-3주쯤 지났으려나?
이 시가 실려있는 시집의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
'블로그에도 올려야지' 했는데 시간이 한참 흘렀다.
그 사이에 은행잎은 다 지고 어제는 '기상관측 이래 최대'라는 첫눈이 왔다.
가로등과 은행나무의 사랑 이야기가 어떻게 되어 가기에 이런 눈이 내린 걸까?
눈 다음에 어떤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가로등과 은행나무의 시간, 그대와 나의 시간
기쁘거나 슬프거나 잊어버리거나 기억하거나
시간은 성실하게 흐르고 흐르네
가을에서 겨울로. 겨울에서 봄으로.
'시 읽어주는 남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사랑을 기리는 노래 - 성석제 (0) | 2018.12.07 |
---|---|
부고 - 이희중 (0) | 2018.11.30 |
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 - 강연호 (4) | 2018.11.16 |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 박형준 (2) | 2018.11.09 |
청춘 - 심보선 (1) | 2018.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