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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높은 나무 흰 꽃들은 등을 세우고 8 - 이성복

by tirol 2005. 7. 6.
높은 나무 흰 꽃들은 등을 세우고 8

이성복


생 제르멩 앙 레이의 육중한 교회 기둥 앞에서 내려다보면 오래 된 시청 건물의 금시계, 검은 시침과 분침은 중세의 칼날 같다 근처 공원에는 마로니에나무들이 빛나는 창 같은 흰 꽃을 세우고 지나가는 아가씨들의 불쑥불쑥 솟은 유방은 공격적이다 이곳에서 나는 욕망이 없는 사람들에게 하루가 얼마나 길까 생각해본다 또 날으는 새들의 흰 배를 지켜보면서 욕망의 몸집이 얼마나 가벼운가를 생각해본다

/이성복,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문학과지성사, 2000./


* tirol's thought

여름이 되니, 프랑스가 아닌 이곳 한국에서도, '지나가는 아가씨들의 불쑥불쑥 솟은 유방은 공격적이다'
나는 욕망이 없는 사람들의 하루란 어떤 것일가 생각해본다. 어째서 시인은 새들의 흰배를 지켜보면서 욕망의 몸집의 무게를 생각하는 것일까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시인의 말마따나 욕망이 없는 하루는 참 지루하겠지. '지나가는 아가씨들의 불쑥불쑥 솟은 유방'을 봐도 아무런 느낌이 없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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