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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회전문 속에 떨어진 가방 - 최승호

by tirol 2005. 6. 23.
회전문 속에 떨어진 가방

최승호


빙글빙글 도는 회전문 속에서, 가방을 놓치고, 회전문 밖으로 나와서 가방을 본다. 이것은 죽음의 한 경험인가. 옷 가방을 떨어뜨린 채, 회전문 밖으로 밀려나오는 알몸이 죽음이라면, 옷 가방 끈을 어깨에 걸친 시절이 삶이었다는 말인가. 회전문 밖에서, 회전문 안에 떨어진 가방을, 남의 가방 보듯 들여다본다. 내용물은 별것도 아니지만, 나 없으면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그것을 지금 잃는다면, 슬픔도 꽤 따를 것이다. 장례식에는 산 자들의 슬픔의 총체보다도, 죽은 자의 더 큰 슬픔이 있다.

* tirol's thought

'내용물은 별것도 아니지만, 나 없으면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그것을 지금 잃는다면, 슬픔도 꽤 따를 것이다.'
흔히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을 어찌할꼬' 하지만, 이 시를 읽어보니 '죽은 자의 더 큰 슬픔'을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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