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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그림자 - 정현종

by tirol 2004. 12. 22.
그림자

정현종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그림자가 물에 비쳤다.
나는 그 물을 액자에 넣어 마음에 걸어놓았다.
바라볼 때마다 그림자들은 물결에 흔들렸다.
그리고 나는 그림자들보다 더 흔들렸다.

/정현종, 세상의 나무들, 문학과지성사, 1995/


* tirol's thought

물에 비친 사람들의 그림자.
마음에 걸어놓은 액자 속의 물.
물결에 흔들리는 그림자,
그리고 그림자들보다 더 흔들리는 나.
흔들리는 물, 그림자, 나.
죽음의 이미지.
이 세상이 끊임없이 흔들리는 곳이라면
오히려 흔들림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